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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없다

"죽음은 없다. 그런데 죽음이 있는 줄 알고 무서워한다. 죽음을 무서워하는 육체적 생각을 내던져야 한다."

- 《다석 류영모 명상록》 p.47, 박영호 옮기고 풀이

다석 류영모 선생은 죽음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죽음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개체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체를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죽음이 없다.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매순간 세포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하지만 몸은 세포들의 생과사를 겪으면서도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포들이 죽어도 몸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상 전체를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비록 세상의 일부인 몸이 죽더라도 그것을 죽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몸은 없어지지만 전체의식인 참 자기는 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반드시 개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몸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몸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바로 깨달음이다. 깨닫더라도 그것이 완전히 자리를 잡아야 전체의식에 온전히 안주할 수 있다. 그때에서야 자신있게 죽음을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몇십 년은 예상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그 전에는 힘이 약해서 많이 흔들리게 된다.

다석 선생은 1890년에 태어나서 1981년에 돌아가셨다. 선생은 50대 초에 깨달으셔서 돌아가시기까지 약 50년을 더 사셨다. 그 기간 동안 공부가 다 되어서 죽음 조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셨다. 오히려 죽는 걸 홀가분하게 생각하셨다. 나도 죽기 전에 공부가 다 되어서 선생처럼 죽음을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나도 선생과 비슷한 나이 때 깨어났다는 점이다. 5년이 지난 요즘 내 상태를 보니 내게도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