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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주절주절

잠에서 깼다. 화장실을 갔는데 창문 밖으로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 아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이라면 사람들 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화장실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향하고 있다.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누워서 유튜브 시사 방송을 듣다가 일어났다. 방송에는 선거 공천 때문에 난리다. 하지만 특별히 무슨 일이 터지는 것도 아니어서 재미가 없다. 실내가 많이 싸늘하다. 물을 끓이고 생강차를 만들었다

지난 12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갑천 습지길과 도솔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2월이지만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걷기에 딱 좋은 때이다. 더불어서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온통 깨달음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좋아지고 영도 구원을 받는다. 맨발걷기 한 후로 건강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무엇이 좋아졌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아프지 않고 살 만큼은 살 것 같다. 맨발걷기 하기 전에도 비슷한 시간으로 갑천누리길을 걸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냥 걸었을 때 몇 년 동안 아주 조금씩 몸이 회복되었지만 회복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한 후로 회복 안 되던 부분까지 모두 증상이 좋아졌다. 지금은 특별히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몇 년 전을 생각하면 정말 미래가 암담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매일 몇 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그런 의지를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20년 넘게 몸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도 나는 아픈 것에 익숙해서 곧 닥칠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늦게 몸의 증상을 파악하고 몸을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위기 직전에서 다시 회복세를 만들어서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

깨달음 공부는 참 무미건조하다. 기분이 업(up)되어야 사는 재미가 있을텐데 이 공부는 그런 게 없다. 늘 잔잔하고 평화롭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은 죽어도 이 공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번씩 공부가 깊어질 때 짜릿한 느낌도 든다. 희열감이 들 때도 있지만 대체로 밋밋하고 잔잔한 상태가 많다. 그리고 그 상태가 정상이다. 우리 인생은 늘 오르락내리락 한다.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서 급변한다. 하지만 이 공부를 하면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늘 균형을 유지한다. 사실 이 공부의 목적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삶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이 공부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존재하도록 한다. 세파에 휩쓸리지 않게 한다. 마지막에는 죽음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하게 한다. 그 경지가 어떠한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게 무엇인지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목표가 그것이기도 하다.

매일 4시간 이상 걸으면 무척 심심할 수도 있다. 오래 걷는 사람은 주로 이어폰을 끼고 걷는다.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며 걷는다. 도솔산을 오를 때에 나이 많은 노인들도 외국어를 듣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걷는 사람이 꽤 된다. 나는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걷는다. 이 공부를 해보면 알겠지만 지금 이 순간 영원한 한 시점에 의식을 두면서 걷는데 시간 감각을 잊을 때가 많다. 영원의 한 점에서 걷기 때문에 사방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자리에 있게 된다. 시간을 거의 느끼지 않기 때문에 지겹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리가 너무 신선하고 정겨워서 매순간 새롭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매순간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기 때문이다. 한참 걷고 나서 돌이켜보면 내가 언제 여기까지 걸어왔나 싶을 정도로 시간 감각이 무뎌진다. 내가 매일 질리지 않고 걷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깨달음 공부 덕분이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깨달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유튜브의 급성장과 함께 이 공부도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은 깨어나는 사람도 많고 유튜브로 공부를 인도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물론 제대로 된 스승을 찾는 게 문제이긴 한데 욕심만 버리면 무난하게 제대로 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공부는 책을 읽고 유튜브만 듣는다고 깨달아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공부해서는 수십 년 공부해도 시간만 낭비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반드시 실행을 해야 한다. 온 삶을 다 바쳐서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책을 읽고 동영상 보는 것은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다. 실제로 회광반조를 하던지 아니면 배운 것을 직접 실행해야 한다. 그것도 하루 조금식 해서는 안 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바쳐야 한다. 그렇게 해도 깨어날까 말까 한다. 사실 깨어나도 그게 전부이면 좋겠지만 공부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자아가 자신에게서 굴복하고 몸에서 떨어져나가기 전까지는 여전히 삶은 힘들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삶의 고통이 점점 경감되는 건 맞다. 그건 내가 겪어보니 확실하다. 이 공부는 욕심을 갖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꾸준하게 오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공부해서 특별히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가진 것을 모두 비우는 공부이다. 마음을 가난하게 만드는 공부이다. 이 공부해서 특별한 능력이나 신통력을 얻으려는 사람은 애당초 그만 두는 게 나을 것이다. 이 공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절주절 글을 쓴다. 자야 하는데 ……